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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곡선이 수직을 이룬다
바이오 경제학의 제1, 2 법칙 ㅡ 지식이 날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것과 그 지식이 규모와 범위 면에서 글로벌적이라는 것 ㅡ 은 바로 이 바이오 경제학의 제3법칙을 뒷밤침해 주고 있다. 이 세번째 법칙, 성장 곡선이 수직을 이룬다는 법칙이야말로 바이오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법칙이다. 그리고 이는 전 지역, 전 산업 부문, 심지어 사회 및 문화 조직까지 포함하는 경제의 모든 부분에 해당되는 법칙이다. 정보 시대에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 경영자들에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제 한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라는 경고를 자주 했다. 이는 그 시대의 지배 법칙이나 다름없었던 무어의 법칙에 따른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바이오 소재 시대에서의 변화 속도는 정보 시대와는 또 다를 것이다. 정보 시대의 변화 속도는 지속적이었지만, 바이오 소재 시대의 변화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다.
성장 속도가 수평에서 수직으로
바이오 소재 경제의 성장 곡선은 거의 수직이 될 것이다. 이 곡선은 실로 놀라운 사실을 보여준다. 거의 8세기 동안 금전적으로 표현되는 인간의 물질적 복지가 연간 1인당 약 120달러 정도를 기록하며 거의 변화하지 않았고, 서기 1200년에서 1400년의 중세 암흑기에는 오히려 약간 줄어들었다. 하지만 바이오 소재 시대에는 단지 4분의 1세기 만에 인류가 정보 시대를 포함해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물질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산업 시대의 1인당 GDP는 이전의 농경 시대와 비교할 때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1700년대에서 1950년에 이르기까지 거의 두 세기 동안 180 달러에서 1,622달러로 증가했다. 이 산업 시대의 성장 속도에 대해 주목해야 할 중요한 두 가지 사항이 있다. 첫 번째는 산업 시대의 성장이 대부분 180년 이후, 즉 역사학자들이 산업 시대의 씨앗이 뿌려졌다고 일반적으로 동의하는 시점에서 1세기가 완전히 지나서야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그 성장이 서구 및 북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다가 19세기 후반에 가서 일본과 같은 몇몇 국가가 가세를 하는 등 비교적 한정된 지역에서만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 사실에서도 나타나듯이, 산업 시대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경제적 규모 및 범위에 있어서는 그다음 시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게다가 성장 곡선이 그리 가파르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산업 기술의 발전과 변화에 따른 적응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정보 시대의 1인당 GDP는 전례 없는 속도로 증가했다. 1950년 이래로 1인당 GDP는 4배나 증가하여 2000년에는 6,539달러에 이르렀다. 정보 시대에도 산업 시대에서의 두 가지 성장 법칙이 그 정도는 덜하지만 명백하게 드러난다. 정보 시대의 핵심 기술, 즉 트랜지스터와 마이크로프로세서 등은 이미 1940년대 말에 개발됐지만, 이 기술들이 성숙해서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최소한 30년이 지난 1975년부터였다. 이렇게 기술 개발이 경제 성장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의 기간은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비해 생산 전략을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허락해 주었다. 정보 시대에는 유럽과 북미,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를 포함해 전세계의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경제적 이득이 창출됐다. 하지만 여전히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인도, 중국 및 아프리카는 정보 시대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명의 한계를 늘리다
셰익스피어의 위대한 사랑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이 단지 13세였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요즘이라면 첫사랑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을 나이지만, 당시에는 이미 성숙한 여인이었던 것이다. 그 당시 평균 수명은 겨우 25세였다. 원인조차 제대로 모르는 수많은 질병들과 싸우다 결국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덧없는 운명이 당시에는 너무나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여졌다. 때문에 조혼과 높은 임신율과 같은 사회문화적 전통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2000년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셰익스피어 시대의 사람들보다 훨씬 긴 인생을 살게 되었다. 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평균 수명도 계속해서 연장돼 왔던 것이다. 농경 시대부터 산업 사회의 시작 초기까지 겨의 변화 없이 25년에 머물러 있던 평균 수명이 1800년에서 1950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났다. 이는 주로 의료 분야의 기술 혁신에 기인한 것이다. 의료 기술의 발전은 전염병의 피해를 줄이고 유아 사망률을 낮춤으로써 인간의 평균 수명을 늘려놓았다. 20세기 말 의료 기술이 후진국에까지 널리 보그되면서 전세계 평균 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소재 시대에는 지금까지 인류 역사를 통틀어 늘어난 수명보다 훨씬 더 많은 수명을 인류의 평균 수명에 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가 인구의 노령화를 불러오리란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당연히 세계 인구도 급증할 것이다. 1000년부터 2150년까지의 세계 인구를 25년 간격으로 추정한 결과로는 1인당 GDP와 마찬가지로 산업 시대가 시작될 무렵까지의 인구 증가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1950년대에 백신, 항생제 및 다른 의약품의 전세계적 보급과 함께 세계 인구가 급증했다. 그리고 이러한 급속한 증가 추세는 최소한 2100년까지는 계속되리라 예상된다. 인구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하는 데 있어 유아 사망률의 감소가 그 원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즉 유아 사망률 문제는 이미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더 이상 인구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인 이유나 자원 부족의 문제로 아직 몇몇 지역은 충분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의학의 발달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유아 사망률은 매우 낮아졌다. 이제 바이오 소재는 인간의 수명을 반대 방향에서 늘려 나갈 것이다. 즉 유전공학을 이용해 노화를 지연시킴으로써 120년이라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인간 수명의 한계를 늘려 나갈 것이다. 개인 수명이 연장됨으로써 임신율 감소에 따른 영향은 충분히 상쇄될 것이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심각한 인구 문제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인류는 앞으로 더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 소재 기술은 그것을 가능하게 해줄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