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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는 21세기 경제의 여러 부분에 걸쳐 혁명을 불러올 기술 혁신의 특징을 모두 보여준다. OECD는 1989년의 보고서에서 새로운 기술 및 경제 패러다임의 특징을 다음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많은 제품과 생산 공정에 기술 혁신이 이루어짐으로써 제품군이 다양해진다. 둘째, 많은 제품과 생산 공정에 있어서의 비용이 절감된다. 셋째,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으로 높은 수용력이 나타난다. 넷째,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력이 심화된다. 말할 것도 없이, 바이오 소재 경제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서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바이오테크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의 바이오테크 산업은 1973년에 과학자들이 서로 다른 유기체에서 DNA를 떼어내어 하나로 합치는 데 성공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DNA를 복제하고 재조합하는 능력은 이 기술의 핵심이다. 재조합 DNA는 인간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물질을 세포 수준에서 바꿀 수 있다는 면에서 혁명적이었다. 공장에서 똑같은 물건을 대량 생산하듯이 무한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포를 하나의 공장으로 볼 수 있고, 이 공장은 세포들의 특성을 결정하는 DNA 조작을 통해 통제된다. 지금까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가장 광범위하게 상업적으로 응용된 분야는 제약 분야였다. 이 제약 분야에서의 바이오테크 연구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십 가지의 심각한 질병을 예방 또는 치료할 수 있는 약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전자 조작은 전통적인 의학 패러다임에 일대 전환을 불러올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즉 이미 일어난 문제를 고치는 데 급급하던 수준에서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책까지 세우는 수준으로 크게 도약할 것이다. 제약 및 의료 분야에서의 바이오테크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세포 수준에서 교정 조치를 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이에 따라 건강을 유지하는 데 드는 금전적, 물리적, 감정적 비용을 낮추는 데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이오테크로부터 이미 많은 이득을 본 두번째 분야는 농업이다. 재래식 농업은 땅에 씨앗을 뿌리고, 잘 자라게 하기 위해 비료를 주고, 잡초 및 해충을 없애기 위해 상당량의 농약을 뿌리는 것이었다. 농약이 인체에 미칠 악영향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나중에는 특정 종의 우성 형질을 얻기 위해 이종 교배를 하고, 여기에 질이 향상된 비료를 사용함으로써 어느 정도까지는 수확량을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성과는 너무나 더디게 나타났다. 더구나 아무리 질이 좋은 비료라 해도 너무 많이 사용하면 오히려 수확이 줄어들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여기에도 적용된 것이다. 요컨대, 전통적인 농업 방식으로는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더 좋은 농약이나 비료를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는 점진적인 발전밖에 이룰 수 없었던 것이다. 바이오테크는 재래의 농업 방식을 말 그대로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바이오테크를 이용해 씨앗의 내부 구조를 변화시킨 후에 땅에 뿌림으로써 예전에는 몇 세대에 걸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던 농작물의 품질 개선이 한 세대도 되지 않는 시간에 가능하게 되었다. 동시에 수확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재배 가능 지역도 확장되었다. 농작물뿐만 아니라 가축에 있어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바이오테크 및 신소재 과학의 초기 상업적 시도 중 90퍼센트 정도는 보건 및 농업 분야에 집중돼 있다. 그리고 이 두 분야가 전체 경제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퍼센트 정도이다. 따라서 바이오 소재 기술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비록 중대한 것이기는 하겠지만, 그 범위는 제한될 것이라는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전기와 컴퓨터도 초기에는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마찬가지로 세포 및 아원자 수준에서 유기물을 조작하는 바이오 소재 기술을 단지 농업 및 보건 분야에 한정시켜 비슷한 예측을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는 제조업 분야에 있어서의 바이오 소재의 무한한 잠재력을 간과한 것이다. 물질을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변형시킬 수 있는 능력, 즉 바이오 소재 기술은 원자재와 생산 공정이라는 두 차원에서 '생산'에 대한 기존의 개념까지도 모두 바꿔놓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모든 기업이 지난 수년간 생산 공정 비용을 낮추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을 낮추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지금은 원자재 가격을 낮추는 대신 다시 잘 재조합해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생산 비용 절감을 꾀하고 있다. 바이오 소재 기술이 기존 원자재의 본질을 바꾸고 새로운 자원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무를 주요 자원으로 삼는 펄프 및 종이 생산자들은 산림의 규모와 나무의 성장 속도에 많은 의존을 하게 된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나무가 자라나는 속도를 엄청나게 앞당길 수 있으며, 나무 자체의 질과 내구성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나무를 원자재로 하는 모든 산업, 즉 종이, 가구, 주택 등의 산업에서 생산의 법칙을 바꿔놓을 것이다. 어쩌면 신소재 그 자체가 하나의 완성품으로 성장해 생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목재 산업은 바이오 소재 기술이 갖고 있는 수천 가지의 잠재적 가능성 중 하나로서 원자재를 근본적으로 바꿈으로써 생산비 절감과 품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 소재 기술은 환경적으로 유해한 부산물들을 처리할 수 있는 거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유전적으로 변형된 박테리아들은 실제로 폐기물을 무해하게 정화시켜 주고, 때로는 상업적으로 유용한 물질로 바꿔주기까지 한다. 바이오 소재 기술의 가능성을 지금 모두 얘기하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다. 과학자들은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뎠다고 말하고 있다. 다세포 생물은 말할 것도 없고 단세포 생물도 약 1퍼센트만이 유전적으로 밝혀졌다고 추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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