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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작을수록 멀리 퍼져 나간다.
바이오 소재 지식이 날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바이오 경제 성장의 제1법칙은 바이오 소재의 엄청난 잠재력을 나타내는 첫 번째 지표일 뿐이다. 다음 지표는 이러한 지식이 전 세계 산업 분야로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는 현상, 즉 경제학자들이 '스필오버'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자동차나 컴퓨터 같은 기술 역시 다른 산업 분야애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긴 하지만, 바이오 소재 기술은 그 시스템적인 특성상 역사상 가장 큰 기술의 스필오버 효과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기존의 성숙한 경제 분야에서 스필오버 효과에 따른 이득을 많이 경험했지만, 바이오 소재의 경우 잠재력이 워낙 크고 다양해서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어떤 지식의 발전을 통해 가능한 생산적 응용 방법을 모두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 스필오버를 정의하는 한 가지 방법이기도 하다. 현시점에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바이오 소재가 미치는 전 세계적인 영향의 범위는 바이오 소재의 크기에 반비례할 것이라는 점이다. 즉 바이오 소재 연구에서 다루는 물질의 크기가 작을수록 더욱 멀리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말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산업 시대의 경제적 성장과 수익성 증대에는 한계가 있었다. 생산 요소를 추가로 투입해도 더 이상 이윤이 늘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러한 산업 시대의 경제 법칙을 '범위에 따른 보수 감소'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생산 함수가 불변적이라는 것과 원자재의 비용 및 특성을 바꿀 수 없다는 데에서 기인했다. 바이오 소재는 기존의 투입-산출 공식과 원자재 비용 절감 방식을 바꿔놓음으로써, 여러 산업 분야에 걸쳐서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GDP 수치도 높여줄 것이다. 하나의 경제 분야에서 다른 여러 분야로의 이런 광범위한 촉진 효과를 경제학자들은 '스필오버'라고 부른다. 바이오테크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스필오버 효과를 창출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 효과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시작해 다음에는 농업으로 그리고 주요 산업 전체로 전파될 것이다.
기술의 스필오버
경제학적 용어로 스필오버는 특정 제품 또는 기술로부터 그 기술의 원래 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물질적 이익을 비롯한 기타 다른 이익을 보는 것을 말한다. 스필오버의 교과서적인 예는 사과 농장 옆에 위치한 양봉업자이다. 과수원 옆에 위치한 양봉업자는 아무런 이득도 손해도 보지 않는다. 하지만 과수원 주인은 꽃가루받이가 증가해 사과 생산량이 증가하는 득을 보게 된다. 이러한 지리적인 스필오버 현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의 개발로부터 파생된 지식과 관련된 것이다. 어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사람이 그 기술과 관련된 지식의 파급 효과까지 모두 예측할 수는 없는 것이다. 동시대이든 아니면 시간이 좀더 흐른 뒤에든, 여하튼 추가적인 발견들이 새로운 응용 방법 및 분야를 제시하기 마련이다. 아주 고전적인 예로 불을 한번 보자. 처음 불을 일상생활에서 쓰기 시작한 최초의 '개발자'는 최소한 난방이라는 실질적인 응용 분야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기를 요리하는 데 불이 유용하다는 사실은 차후에 다른 사람에 의해 발견되었다. 또한 불이 기계 및 차량에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불을 발견할 당시에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거의 모든 연구개발은 그 연구를 수행한 기관을 뛰어넘어 다른 곳에까지 이익을 가져다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기술 혁신이 가진 무한한 경제적 응용 가능성 때문이다. 아마도 가장 많은 상업적인 응용이 이루어진 신기술의 예는 테플론일 것이다. 1920년대에 개발된 테플론은 미국 우주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상업적 성공은 대부분 프라이팬 같은 요리 기구에서 거둬들였다. 발명자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영역으로까지 발전해 경제적 이득을 낳은 기술의 예는 그 밖에도 무수히 많은데, 그것을 모두 다 예측하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트랜지스터의 발명자나 애플 컴퓨터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심지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조차도 자신의 선도적 업적이 불러올 모든 이득을 예측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빌 게이츠는 그런 면에서 매우 뛰어난 사람에 속한다.) 어떤 회사가 제품의 질을 향상하거나 생산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특별한 경제적 동기에서 연구개발을 시작한다고 가정하자. 이 연구개발(학문적인 목적으로 이루어진 연구의 결과로부터 시작했을 가능성이 많다)은 그 회사의 지식을 확장시킬 테지만, 그러나 또한 다른 회사의 지식도 예상치 않게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러한 일은 주로 다음 주 가지 경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첫째는 기술 그 자체가 다른 회사로 새어 나가는 것이다. 물론 특허를 받은 경우에도 새어 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신기술을 개발한 후 다른 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손해를 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기술 인력의 이동 등에 따라 개발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데로 흘러 들어가는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지식 확산의 두번째 경로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상업화하면서, 즉 신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형성된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역엔지니어링을 통해 신제품 또는 그 제품의 생산 아이디어와 기술을 다른 경쟁업체에서 얼마든지 알아내 복제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렇게 시장 출시 단계에서 기술의 유출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원래 개발자인 기업의 이윤 추구에 꼭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지식은 무한하게 확장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이 지식이 아무리 많은 회사에 의해 사용되더라도 최초의 개발자는 그 지식으로부터 계속해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바로 이러한 지식의 특성 때문에 지식의 투입이 증가될수록 결과물이 증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기술 혁신은 연구를 수행한 기업의 이윤만을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성장률을 높여 준다. 한 가지 제기될 수 있는 질문은 '연구개발에 의해 의도된 이득'에 대한 '스필오버에 따른 의도되지 않은 이득'의 상대적 정도이다. 정량적인 경제 분석을 통해 볼 때, 스필오버에 의해 이득을 얻는 다른 기업들은 원래 개발자가 치른 대가의 절반 정도밖에 치르지 않는데도, 이득의 규모는 종종 원래 개발자와 같거나 혹은 능가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