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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의약품

멋있는 2020. 9. 2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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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에서 현실로

 

바이오테크에 관한 이야기가 일반인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이다. 1990년대 초만 해도 바이오테크에 관한 이야기는 마치 공상과학 소설처럼 비현실적으로만 들렸다. 하지만 1996년 스코틀랜드의 PPL 세러퓨틱스 사가 양을 성공적으로 복제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지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바이오테크가 공상과학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 복제에 대한 논쟁이 전세계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불행하게도 이 논란으로 인해 바이오테크의 유용한 측면이 무시되면서 사람들은 이 새로운 기술이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완전히 해방시켜 줄 수 있다는 진짜 이야기에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20세기의 의료 기술은 구시대의 유물이 돼버리고 말 것이다. 건강을 위협하는 적들과 싸우기 위해 무기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던 20세기 의학은 질병의 실제 원인과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이에 맞춰 약품을 찾아내는 현대 유전공학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란 말이다. 이에 따라 의사들은 질병을 치료하기보다는 예방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피부, 팔다리, 동맥, 장기, 심지어는 몸 전체까지도 더 우수한 형태로 '재설계'하여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전학적인 의약품들은 육체적 고통의 정도, 노화의 속도, 조직의 재생 그리고 수명에 이르기까지 의료 분야에 강력한 영향을 미침으로써 인간의 몸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전자 정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부모가 자녀의 성을 결정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복잡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의 전제는 비교적 간단하다. 즉 이제는 정보 시대가 막바지에 이르러 있으며, 바이오 소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가 우리의 '일하는 방법'을 바꾼 도구였다면, 바이오테크는 우리의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바꿔놓을 것이다. 나아가 바이오테크는 '생명'에 대한 정의 그 자체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바이오 산업의 성장과 발전에 관련된 여러 측면은 이전 시대의 기술 및 그 기술이 잉태했던 산업의 발전 모습과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조면기나 증기 엔진과 같은 산업 기술의 개발은 주로 몇몇 별난 발명가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마찬가지로 정보 시대의 초기 상업용 PC 및 운영 체제 소프트웨어도 개별적인 발명가들의 작품이었다. 이들은 종종 실리콘 밸리의 지하실이나 차고에서 소그룹을 이뤄 일을 하기도 했다. 바이오테크에는 지하실도 차고도 없다. 바이오테크 영역은 거대하고 숙련된 거대 제약 회사, 엄청난 예산으로 지원되는 정부 연구소, 혁신적인 대학 연구소 그리고 소위 '바이오 벤처'라고 불리는, 작지만 매우 고도의 기술을 가진 연구 중심 회사들의 복합체이다. 엄청난 컴퓨터 연산 능력, 무한대로 가능한 디지털 저장,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글로벌 통신 시스템으로 무장한 바이오테크 연구원들과 거대 제약 회사의 경영자들은 21세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창조하고 있다.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생물학과 유전학 분야의 지식과 기술은 무려 7,000년 동안에 걸쳐 서서히 발전해 왔다. 1800년대에 과학자들은 혼자서 혹은 작은 그룹을 지어 생명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식물 및 동물과 인간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한 생물학의 발전에 중요한 첫번째 돌을 놓았다. 20세기 초반에는 생명의 신비를 밝히는 조감도를 그리기 위한 좀더 조직적인 노력이 주로 큰 국가의 정부나 대학 연구소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그 결과 오늘날에는 적어도 인간과 관련된 상세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풍부한 연구 자금을 기반으로 하는 민간 연구소에서 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면서 새로운 결과물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제는 세계적 규모의 산업이 된 바이오 산업은 투자자, 과학자, 정부 기관, 종교 조직 그리고 바이오테크가 인간과 자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전세계 정치 운동 단체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바이오테크를 둘러싼 사람들의 우려에 대해서는 이 책의 후반부에서 다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여기에서는 일단 바이오 산업이 이제 더 이상은 '모르는 게 약'이라는 식의 상황에 있지 않다는 사실만이라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겠다. 1998년 말에는 전세계 정책 입안자들이 인간 복제를 놓고 엄청난 윤리적 논쟁을 벌였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 연합 간의 무역 전쟁이 일어났으며, 영국에도 커다란 정치적 격변이 있었다. 바이오 산업은 궁극적으로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세계 경제는 물론 생태계와 생명 그 자체를 바꿔놓을 것이다. 바이오테크는 이전까지의 기술과는 달리 몇몇 기업이나 개인의 관심사로 머물지 않고 여러 면에서 모든 사람들의 문제로 다가설 것이다. 한편 이 분야의 기업들은 미국 및 몇몇 세계 특정 지역에 몰려들어 집단을 이루기 시작했다. 

 

 

 

불붙기 시작한 바이오 산업

 

어떤 산업이든 성장과 발전의 단계를 그리는 과정에서 고점이 있으면 저점도 있게 마련이다. 모든 일이 쭉쭉 뻗어나가는 때가 있으면, 정지 혹은 퇴보하는 때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고점과 저점의 중간에 위치한 사건과 기간도 있기 마련이다. 이 기간이 바로 거대한 추진력으로 산업을 촉진하는 데 기본이 되는 '전략적 변곡점'이다. 대부분의 산업이 좋은 시절과 나쁜 시절을 모두 겪으로면 수세기에서 수십 년이 걸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바이오 산업의 경우는 고점과 저점의 사이가 겨우 몇 달 또는 몇 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과거 25년간 바이오 산업은 여러 단계의 경제 주기를 겪어왔다. 다만 그 동안에는 주로 빠르게 성장하는 정보 기술 분야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려 있었기 때문에, 바이오 산업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 바이오 산업은 세계 과학과 경제 두 분야 모두에서 중심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오테크의 세 가지 주요 변곡점은 1978년과 1987년 그리고 1996년으로 대략 10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일어났다.

 

 

 

1978년: 최초의 바이오테크 상업화

1970년대 초 바이오테크와 관련된 첫번째 상업적 시도가 시작됐다. 비록 대부분이 미국에 한정돼 있긴 했지만 말이다. 20세기의 다른 많은 기술이나 아이디어들과 마찬가지로 바이오 산업을 태동시킨 초창기의 활동은 캘리포니아, 특히 실리콘 밸리에서 이루어졌다. 스스로 '바이오테크의 개척자'라고 자처했던 혁신적인 작은 회사들은 초창기부터 보건의료 분야의 대기업들과 동업 관계를 맺어왔다. 이 대기업은 그들의 연구 결과를 시장에 내놓기 위한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해주었다. 실제적인 바이오 제약 산업은 1978년 제넨테크라는 공격적인 젊은 회사가 거대 제약 회사인 엘리 릴리와 유전공학 기술에 의해 개발된 인슐린을 생산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당시에는 이 기술이 너무나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에 두 회사는 기술 제휴에 과연 얼마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부여해야 할지 고민했다. 어찌됐든 이 계약은 바이오테크의 상업화에 있어서 선구자 역할을 했다. 그 뒤를 이어 많은 모험적인 기업가와 연구팀이 계속해서 자금을 지원받아 제품을 시장에 내보내기 위해 거대 제약 회사들과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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