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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농업

멋있는 2020. 9. 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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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녹색 혁명을 꿈꾼다

 

웨일스 남부에 있는 한 농장에서 어린 소년 한 명이 수세대에 걸쳐 집안 대대로 키워온 양들에게서 양털 수확하는 일을 돕고 있다. 그런데 그 양털 수확 방법은 지난 5,000년 동안 해마다 어떤 의식처럼 치러지던 그런 전통적인 방법이 아니다. 그 양은 제 스스로 털을 벗겨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양들은 유전공학적으로 조작된 '바이오클립'이라는 단백질이 든 주사를 맞았고, '헤어네트'라는 특별한 옷을 입고 있다. 일주일 후에는 몸 안에 주입된 단백질의 작용으로 양들이 마치 코트를 벗듯이 털을 몽땅 헤어네트에 떨어뜨리고 몸만 살짝 빠져 나오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무런 손실 없이 똑같은 길이의 양털을 얻을 수 있다. 털을 벗고 하루만 지나면 양들의 몸 안에 있는 단백질이 원래 수치로 돌아가고 다시 털이 자라기 시작한다.

 

 

 

7,000년 전의 바이오 테크 과학자들

 

이 어린 소년은 자신이 이미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될 최신 바이오 산업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스스로 털을 벗는 양은 최신 바이오 농업의 아주 사소한 하나의 예일뿐이다. 농업 분야의 바이오테크놀러지를 줄여서 '애그바이오' 또는 '애그테크'라고도 부른다. 이 바이오 농업에서의 핵심은 농작물 개량과 건강 증진을 위해, 나아가 산업 및 소비재 생산을 위해 식물 및 동물을 이용하는 '유전자 조작 기술'이다. 앞에서 설명된 의료 분야의 바이오 회사들과 거대 제약 회사들이 기술 개발을 위해 '발 벗고' 뛰고 있다면, 거대 바이오 농업 회사들은 '그랑프리'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바이오 제약 분야에서 거대 제약 회사와 무수히 많은 작은 바이오 회사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일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 바이오 농업 분야에서는 소수 대기업이 거의 독주하다시피 앞서 나가고 있다. 물론 이 분야에도 작고 혁신적인 회사들이 있긴 하지만, 미국과 유럽 및 멕시코의 대기업들에게 대부분의 시장을 내주고 있다. 이 대기업 중 많은 수가 원래는 화학 제품을 생산하던 회사였는데 스스로 발 빠르게 바이오 농업 회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몬산토가 초기 기선 제압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스스로 화학 회사로서의 유산에서 벗어나 바이오 농업 시장을 형성하고 생물학에 기반을 둔 제약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몬산토를 바짝 뒤쫓고 있는 경쟁 회사는 과거 화학 제품 분야에서도 경쟁 관계에 있었던 듀퐁과 다우이다. 이 두 회사 역시 농업, 보건 및 산업용 소재 분야에서 발 빠르게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ELM이라는 세계 최대의 종묘 및 채소 생산 회사가 생물학적으로 조작된 식품을 만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화학 분야의 거대 기업들이 합병을 통해 어마어마한 규모의 바이오 기업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시바 가이기와 산도즈가 합병한 노바티스, 론 플렌즈와 훽스트가 합병한 아벤티스 그리고 아스트라와 제네카가 합병한 아스트라제네카가 그 예들이다. '생명과학'이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지는 10년도 채 안 됐지만, 그 기원은 생명의 기원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원시적인 형태의 바이오 농업이 근 7,000년 전에 이미 시작되었던 것이다. 석기시대의 유물들은 그 당시 농부들도 자연적인 도태에 의해 작물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매번 추수 때마다 가장 큰 씨앗을 골라서 잘 보관했다가 다음 해에 파종함으로써 더 나은 작물을 얻으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기원전 5,000년 전의 농부들(대부분 여자들이었음)은 다양한 종류의 소출을 얻기 위해 식물과 동물의 서로 다른 종을 교배시켜 잡종을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다. 이러한 잡종으로부터 얻어진 소출들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더 나은 작물을 생산하기 위한 씨앗으로 선택되었다. 옥수수는 인간에 의해서 재배된 최초의 작물로 알려져 있는데, 멕시코에서 기원전 5,000년 전부터 발견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이 옥수수의 야생종이 발견되지 않고 있어 고대의 농업 실험을 통해 운 좋게 얻어진 작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농작물 개량 기술과 더불어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바이오테크를 이용해 식량 생산 증대를 위한 실험을 계속해 왔다. 와인, 빵, 맥주, 치즈, 요구르트, 피클 등등이 실제로 보다 좋은 품질의 식품을 얻기 위해 수천 년 동안 연구를 계속해 온 바이오테크 과학자들의 노력의 산물이다. 그러나 앞에 나왔던 어린 양치기 소년이 그랬던 것처럼, 오래 전의 바이오테크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한 일이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산업을 잉태시키는 중요한 기술 혁신의 첫걸음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농어 분야에서의 바이오 비즈니스

 

바이오 농업의 공식적인 상업화는 18세기에 어떤 내충성 식물을 생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식물은 유럽의 포도넝쿨 줄기를 포도나무뿌리진디라는 해충에 저항성을 가진 미국의 종에 접목하으로써 탄생됐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오랫동안 뚜렷한 과학적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이 식물을 유전적으로 조작하는 데 연구 초점을 맞추기까지는 무려 25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가축 및 애완동물의 경우 잡종을 만들기 위한 이종 교배가 근 3,000년간 행해졌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유전공학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50년밖에 되지 않았다. 1960년대 노먼 볼로그라는 미국의 농학자가 전세계적으로 쌀과 밀의 수확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잡종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식량 생산 증대를 위한 선택 교배에 돌파구가 마련됐다. 볼로그는 식량 증산에 공헌한 업적을 인정받아 1970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으며, 실제로 그의 프로젝트 덕분에 전세계 기아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었다. 인간은 지금까지 '생존'을 위해 동물과 식물에 의존해 왔다. 동물들은 또한 식물에 그 먹이를 의지해 오고 있다. 식물은 새, 곤충 및 특정 포유류의 도움을 받아야만 씨받이를 하고 씨도 퍼트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고전적인 사이클은 1970년대 하이테크 농업의 등장과 함께 크게 변화되었다. 한 세대도 채 지나지 않아서 소비재 및 장식용 식물들은 병충해 피해를 줄이고 수확량을 늘이기 위해 배양과 유전 설계에 더 의존하게 됨으로써 자연히 인간의 손길을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되었다. 1950년대에 시작된 현대의 하이테크 농업은 토양 보호와 관개 개선에 큰 발전을 가져왔다. 질이 좋아진 비료와 병충해 및 잡초용 농약이 농작물의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이 시기를 일컬어 '녹색 혁명'이라고 하는데, 「비즈니스 위크」 지는 1999년 4월 기사에서 1990년대 바이오 농업의 등장을 '제2의 녹색 혁명'이라 부르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농업은 녹색 그 이상, 즉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바이오 농업은 다른 많은 산업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한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때문에 이 산업을 어떻게 분류해도 현재로서는 결국 임의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넓게 봐서, 바이오 농업은 중요한 두 분야로 나뉘어질 수 있다. 1) 수경 및 토경 재배용 식물의 유전자 조작, 2) 동물, 물고기, 곤충 및 다른 유기체의 유전적 조작이 그것이다. 유전자 재조작된 식물의 연구는 광범위하지만 매우 분명한 세 가지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진다. 1) 식물 고유의 유전적 형질을 개선해 더 빨리 자라게 하거나 혹은 토양 및 공기 중에 해로운 부산물을 남기지 않도록 한다. 2) 동물과 인간의 몸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주거나 혹은 질병을 이길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물질을 스스로 생산해 낼 수 있도록 식물을 유전자 조작한다. 3) 식물을 상업적으로 매우 광범위하게 응용할 수 있는 다른 소재 또는 물질을 생산하는 원료로 사용한다. 동물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원래의 유전 형질을 개선하여 좀 더 유용한 동물 및 동물 제품을 만든다. 2) 동물의 유전자를 개선해 좀 더 건강한 특성을 가지도록 한다. 3) 동물 또는 거미 따위의 다른 생물들의 유전 형질을 변형시켜 의료용 또는 산업용 신소재를 만들어낸다. 그 밖에 애완동물용 식품 및 약품 개발과 수경 식량 산업에 관련된 중요한 연구들이 바이오 농업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퓨리나라는 애완동물용 먹이는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영양 성분을 조절한 것으로서 동물 체내에 들어가 유전자와 상호 반응함으로써 건강을 증진시키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키워준다. 유전학 연구의 다른 분야로 부착성 미생물을 활용하는 '생물막'을 들 수 있다. 하수 및 폐수를 정화하는데 이용되는 생물막은 질소나 암모니아 같은 물 속의 유해한 성분을 여과시켜 농작물의 수경 재배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동물 사료 및 수경 재배를 포함해 바이오 농업 전체를 논하는 것은 별도의 책 한 권을 더 써도 모자랄 정도로 방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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