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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를 둘러싼 윤리적 이슈들
지금까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바이오테크에 대해 살펴보면서 틈틈이 윤리적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바이오테크 분야에서 제기되는 윤리적 문제들, 즉 바이오 윤리학은 바이오 산업에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논쟁의 가장 핵심에는 복제 및 기타 의료 분야의 바이오테크에 관련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몬산토만큼 바이오 윤리학의 열기를 거세게 느끼는 바이오 기업은 없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몬산토를 '제1의 사회의 적', '바이오테크 깡패', '프랑켄슈타인 식품 거대 회사'라고 부르고 있다. 몬산토의 직원들까지도 몬산토를 몬사탄이라고 바꿔 부르고 있다. 유럽의 몇몇 거대 식품 회사들은 몬산토가 당하는 것을 보고 아예 자신들은 유전공학 식품은 취급하지 않겠다는 공표를 하고 나서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유전공학 식품에 대한 히스테리가 거의 광적인 수준에 이르렀고, 단순히 하나의 기업이 아닌 유전공학 산업 전체를 공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 연합은 유전공학 식품이 흘러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과 무역 전쟁까지 불사하고 있다. 유럽 연합의 이러한 과도한 반응은 유럽인에게는 좀 생소한 몬산토의 홍보 활동에서 비롯되었으며, 사태가 악화 되느라 영국의 광우병 파동마저 때를 같이 했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대부분 막연한 공포와 오해와 불신 그리고 증오에서 비롯된 논쟁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유럽 연합의 농업 및 식품 산업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우려와 반발은 유럽 연합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바이오테크와 소재과학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원들은 지난 수십 년간 유례없는 초고석 발전을 이뤄왔다. 아직 신소재 분야에까지는 대중적인 여론이 미치지 않고 있지만, 곧 이 분야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져 나올 것이다. 아직까지 대중의 관심이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분야는 바이오테크 중에서도 특히 생물학 분야이다. 이 분야에서의 기술적인 진보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때문에 바이오테크 전문가들과 일반 대중은 바이오테크와 관련된 기본적인 문제들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윤리적 재고는 바이오테크의 급성장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술적 발전 그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윤리적 이슈들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바이오 혁명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바이오 윤리학의 문제들 중에는 이 책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들도 많이 있다. 바이오 해커와 같은 생물학 전쟁, 치안이나 법적 소송 절차에 바이오테크를 이용하는 것 (심슨 사건, 르윈스키 사건 등이 그 예이다) 그리고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의 친자 소송처럼 혈통을 확인하기 위해 바이오테크를 이용하는 것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 모든 문제들이 각각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들이긴 하지만, 이 책은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만을 다루려고 하기 때문에 몇 가지는 논의에서 제외시킬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 책은 바이오 윤리학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나열하고 이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는 데 주력하겠다. 사실 DNA와 세포로 인해 빚어지는 복잡한 윤리적 문제들을 조망한 훌륭한 책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인간에게 알려져 있는 가장 작은 물질 중 하나인 DNA와 세포는 매우 복잡하고 흥미로운 물질이다. 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것이 이렇게 큰 논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은 신기하기조차 하다. 책 한 권에 보건의료, 신소재, 농업 등 바이오테크의 전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총망라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바이오 윤리학의 일반적인 문제들과 논쟁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주요 입장을 조망하는 정도로 만족하겠다.
무한히 작은, 그러나 무한히 큰
바이오 산업의 발전에 있어 만리장성과 같은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바이오 윤리학의 문제들은 바이오 산업의 범위와 방향 그리고 궁극적 성공 여부에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바이오테크의 새로운 발견에 관한 최신 뉴스가 발표될 때마다 전세계 각계각층에서는 생명의 은밀한 비밀을 풀어내고자 하는 이 과학의 효율성과 중요성에 대한 열띤 논쟁을 벌인다. 그리고 이 논쟁은 우리가 과연 그 비밀에 대한 답을 알고 싶어 하느냐의 여부와 관련된 또 다른 심각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바이오테크의 이용 ㅡ 어떤 사람은 '남용'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ㅡ 에 대한 대중적, 정치적 논의는 지구촌 곳곳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바이오테크의 기술적, 경제적 발전의 모습과 향방을 결정하게 될 것이고, 가장 극단적인 경우에는 완전히 멈추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이 윤리적 논쟁은 바이오테크의 미래에 아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바이오테크의 '만리장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노스웨스턴 대학의 알리시아 로플러 박사 같은 몇몇 전문가들은 자칫 잘못하면 윤리적 논쟁들이 바이오테크 혁명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엑셀러레이터를 밟으며 달리고 있는 바이오 산업에 윤리적 논쟁이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겐자임의 부사장인 엘리엇 힐백은 "어떤 대변동이 일어난다 해도 바이오테크 전체가 멈춰버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고 말한다. 아마도 전체가 멈춰 버리는 일은 없겠지만, 그 속도와 범위 그리고 방향에 있어서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은 분명하다. 단, 이전의 기술적 진보를 통제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술적 진보의 악영향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통제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이 방법이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 하지만 어떤 막강한 정치 권력도 유전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특정 지역에서 금지되거나 곤란을 겪게 된 바이오테크 연구는 좀더 용이한 지역으로 옮아가 그곳에서 계속 진행시킬 수 있다. 예전의 어떤 기술, 심지어는 정보 기술까지도 무형의 지적 자본에 이렇게 많이 의존한 적은 없었다. 바로 이 '무형'이라는 특성이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정부에서도 유전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을 효과적인 제재 수단을 쉽게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이오 산업의 잠재적 이득이 워낙 크기 때문에 각 나라에서 그것을 거부하기 힘들 것이란 점이다. 이는 단지 제3세계 국가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도, 그 커다란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구애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만리장성'이야말로 바이오 윤리학이 바이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적절히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우주 공간에서 인간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구조물로써 춘추 전국 시대에 축조된 걸로 알려져 있다. 진시황제는 북쪽의 외적으로부터 중국을 보호하기 위해 이 장벽의 개별 성곽들을 하나로 이어 붙여 증축했다. 만리장성은 거의 3,000마일이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요새로서 중국의 지칠 줄 모르는 뚝심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렇게 어마어마한 만리장성도 방어책으로서는 한계가 있어서 침략자들의 공략을 늦추거나 먼길로 돌아가게 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사라지게 하지는 못했다. 마찬가지로 윤리적 이슈들은 이제 막 시작되는 바이오 혁명에 있어서 만리장성만큼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